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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 전문가로 가는 길, 변리사

NOBRAKER 2025. 10. 3. 15:23

변리사 자격증

 

아이디어라는 건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문득 떠오르고, 밤에 잠들기 직전에 갑자기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죠. 누군가는 그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누군가는 메모지에 적어 두고, 또 어떤 사람은 그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그 아이디어, 누가 지켜줄까?” 세상에 내놓은 순간부터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든지 모방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이때 그 아이디어의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해 주고, 권리를 인정받는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변리사입니다. 변리사는 단순히 서류만 다루는 ‘자격증 있는 행정가’가 아니라, 발명과 상표, 디자인, 실용신안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을 대신 지켜주는 든든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리사가 하는 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한 엔지니어가 새로운 반도체 공정을 개발했다고 해볼게요. 이 기술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데, 그냥 “우리가 먼저 만들었어요”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이 발명을 특허로 등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술 내용을 문서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며, 기존 기술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바로 여기서 변리사가 등장합니다. 기술자의 설명을 듣고, 관련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고, 특허청 심사 과정에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발명의 권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 변리사입니다. 상표나 로고, 제품 디자인, 서비스 이름과 관련된 분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상표가 등록 가능한지, 이미 다른 사람의 상표와 충돌하지는 않는지, 만약 분쟁이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변리사가 깊이 관여합니다. 그래서 변리사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기술·과학·법률을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전문적인 일을 하지만 변리사 시험 자체는 특정 전공에만 문을 열어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문과든 이과든, 법학 전공이든 공대생이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응시 자격 자체만 놓고 보면 학력이나 전공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나 전공이 영문학인데, 혹시 나도 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 분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어요. 다만, 법에서는 일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자격시험 응시가 제한됩니다. 예를 들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아직 복권되지 않았거나,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경우 등은 시험 응시가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특별한 경우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셈이죠. 또 특허청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에게는 1차 시험이 면제되는 제도도 운영되고 있어서,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경로도 열려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전공 이름보다 “얼마나 꾸준히, 오래 준비할 수 있느냐”입니다.

변리사 시험 구조를 살펴보면,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조금 더 올 거예요. 시험은 크게 1차 객관식 시험과 2차 논술형 시험, 이렇게 두 관문으로 나뉩니다. 먼저 1차 시험은 말 그대로 ‘입장권’ 같은 단계입니다.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 그리고 영어가 주요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산업재산권법은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법의 기본 구조와 개념을 다루고, 민법개론은 채권, 물권, 계약, 손해배상 같은 기본 민법 개념을 시험합니다. 자연과학개론은 이공계 기초 지식을 묻는 과목이라, 문과 출신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울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영어는 별도의 필기시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토익·토플·텝스 같은 공인 영어 성적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점수를 확보해 두고 나머지 과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많이 택합니다. 1차는 과목별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어느 한 과목이라도 크게 망치면 평균이 넘더라도 과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학습이 중요합니다.

2차 시험은 변리사 시험의 진짜 본게임에 가깝습니다. 이 단계부터는 단순히 아는지 모르는지를 체크하는 객관식이 아니라, 논술형으로 답안을 써 내려가면서 자신의 이해도와 사고력을 직접 보여줘야 합니다. 필수 과목은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 세 가지이고, 여기에 선택 과목 하나가 추가됩니다. 선택 과목은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 같은 법 과목을 선택할 수도 있고, 기계·화학·전기·생명공학 등 이공계 기술 과목 중에서 고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공계 전공자들은 본인 전공에 맞는 선택 과목을 택해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도 하고, 반대로 법학적 흐름을 더 강화하고 싶은 사람은 디자인보호법·저작권법 같은 법 과목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2차 시험의 합격 기준은 필수 과목 평균 60점 이상, 선택 과목 50점 이상입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이 기준을 넘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해마다 최종 합격 인원은 대략 200명 안팎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합격률 자체가 높지 않은 고난도 시험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시험 일정은 매년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원서 접수가 봄, 보통 4월 말쯤 시작되고, 1차 시험이 6월 초, 2차 시험이 8월 중순, 최종 합격자 발표가 11월에 나는 식입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1년의 리듬 자체가 변리사 시험 일정에 맞춰 돌아가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이번 해 1차는 무조건 붙고, 2차는 1~2년 계획으로 보겠다” 같은 식으로 장기 로드맵을 세우곤 합니다. 수험 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생활비 계획과 멘탈 관리도 함께 계획해야 하는 것이 이 시험의 특징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날짜와 세부 일정은 결국 큐넷(Q-Net) 공고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이 힘든 과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자신의 배경을 냉정하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과 출신이라면 자연과학개론과 특허법·상표법에 등장하는 기술적 표현들이 낯설 수 있고, 이공계 출신이라면 민법과 민사소송법 같은 법 과목이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문과는 자연과학 기초를 먼저, 이과는 법 과목 기초를 먼저”라는 전략을 택합니다. 민법과 산업재산권법은 판례와 조문, 학설이 얽혀 있어서 처음에는 말 자체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기본서를 한두 번 읽고 기출 문제를 통해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서서히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자연과학개론은 공식과 개념들을 정리해서 요약 노트를 만들고, 빈칸을 채워 넣는 식으로 반복 암기를 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기출문제 분석은 이 시험에서도 빠질 수 없습니다. 특히 1차 시험은 기출 패턴이 어느 정도 반복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치 문제를 꼼꼼히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대비가 됩니다. 다만 단순히 답만 외우는 식으로 접근하면 조금만 문제가 변형되어도 당황하기 쉽기 때문에, “왜 이 선택지가 맞고, 나머지는 틀렸는지”를 스스로 설명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게 필요합니다. 영어는 가능한 한 수험 초기에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과목 공부로 정신 없을 때 영어까지 함께 챙기려면 체력과 집중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토익이든 텝스든 자신에게 더 익숙한 시험 하나를 골라 목표 점수를 설정하고, 일정 기간 집중해서 끝내 두면 이후 변리사 공부에 훨씬 집중하기가 수월해집니다.

2차 논술형 대비에서는 공부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 논리적인 구조를 가진 답안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써낼 수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보통 “서론–본론–결론” 구조를 머릿속에 새겨두고, 문제를 보면 먼저 쟁점을 나누고 각 쟁점마다 관련 조문과 판례, 결론을 구조화해서 정리한 뒤에 문장을 붙여 나가는 연습을 합니다. 초반에는 답안지 한 장 쓰는 것도 버거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따라오기 시작하면서 분량과 속도가 동시에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답안을 쓰고 나면 혼자서 다시 읽어보거나, 강사·스터디원과 함께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논리의 흐름을 다듬는 과정도 꼭 필요합니다. 결국 2차 시험은 지식 싸움이자 동시에 ‘글쓰기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변리사 시험을 통과하면 어떤 길이 펼쳐질까요. 먼저 많은 변리사들이 특허법률사무소나 로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기업의 특허·상표 출원을 대리하고, 심사과정에서 의견서를 제출하고, 심판이나 소송이 진행될 때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변호사와 함께 대응 전략을 세우죠. 반도체, 통신, 바이오, 화학,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각 기술 분야별로 특화된 팀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이공계 전공자가 기존 전공 지식을 그대로 살리면서 법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도 자연스럽게 열립니다. 일부 변리사는 기업으로 들어가 사내 변리사로 일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특정 회사의 지식재산 전략을 장기적으로 설계하고, 연구개발 부서와 함께 발명 발굴 회의를 하며, 해외 출원 전략까지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수입과 전망에 대한 궁금증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변리사 초임 연봉은 대략 5천만 원대 수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는 사무소 규모, 위치, 담당 업무량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경력 10년 이상이 되면, 특히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구축하고 꾸준히 의뢰를 받는 변리사들은 억대 연봉을 넘기는 사례도 희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만 보고 단순히 “돈 많이 번다더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뒤에 있는 긴 수험 기간과 실제 업무 강도, 책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리사는 기업과 개인의 중요한 자산을 책임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로도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집중력과 꼼꼼함이 요구되고, 늘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미래 전망만 놓고 보면, 변리사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AI, 바이오,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같은 첨단 기술 분야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발명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글로벌 경쟁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기업들은 기술 유출과 모방을 막기 위해, 더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해외 출원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식재산 전문가인 변리사를 더 많이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국내 특허 몇 건만 처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특허 제도까지 이해하는 글로벌 감각을 갖춘 변리사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변리사에 잘 맞을까요. 우선 기술과 법률, 두 세계에 모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분명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직업입니다.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논리적인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지켜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변리사라는 직업이 가진 의미를 깊이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이공계 전공자가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연구실·기업 R&D, 특허 전략, 기술 이전, 컨설팅 등으로 커리어 확장성이 크게 넓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변리사 시험은 단기간에 가볍게 도전하고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은 아닙니다. 보통 수년 단위의 준비 기간을 각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얻게 되는 것들은 단순한 자격증 한 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법을 읽는 힘, 기술을 구조화해서 이해하는 힘, 글로 논리를 설계하는 힘이 함께 자라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변리사 준비 과정은 지식재산 전문가가 되기 위한 훈련이자, 스스로의 사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긴 여정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변리사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 이 자격증을 검색하고, 관련 글을 찾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 발짝을 내디딘 상태라는 뜻이라고요. “내가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결국 변리사가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재능보다 끈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그 아이디어를 지켜 줄 전문가의 가치는 더 크게 빛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제 발명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때, 그 옆에서 조용히 미소 지으며 “그 부분은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변리사입니다. 만약 그 장면 속의 사람이 앞으로의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늘이 바로 그 도전의 첫 페이지를 여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