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기록 6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나를, 향으로 남기는 방식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얼굴이나 목소리, 말투처럼 눈과 귀로 남는 기억도 있지만, 어떤 기억은 훨씬 조용한 감각을 통해 오래 남습니다. 그중 하나가 향입니다. 오래전에 스쳐 지나간 사람의 향이 어느 날 문득 떠오르거나, 특정 장소의 냄새가 한순간에 과거의 장면을 불러오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향은 설명하지 않아도 감정을 먼저 건드리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향수를 떠올리면 흔히 ‘꾸미는 도구’나 ‘이미지를 만드는 수단’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향의 역할은 그보다 훨씬 깊습니다. 향은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기보다,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어떤 향을 선택하느냐는 지금의 기분, 생활의 리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향을 고르..

감각과 기록 2025.11.17

색을 다룬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선택에 책임을 지는 일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색을 마주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는 방의 색, 거리의 간판, 옷장 앞에서 고르는 옷의 색까지. 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색을 선택했는지보다, 그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는 한참 뒤에야 자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색은 늘 곁에 있지만, 그 영향은 조용히 작용합니다.컬러리스트라는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떠오릅니다. 색을 예쁘게 조합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색이 만들어내는 인식과 반응을 이해하려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색을 쓰느냐에 따라 넓어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물건도 색이 바뀌면 전혀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컬러리스트는 이런 변화를 감각이 아닌 의도와 맥락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감각과 기록 2025.10.27

‘먹는 문제’를 대신 고민하는 역할이 필요해진 이유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먹는 선택’을 합니다. 무엇을 먹을지, 언제 먹을지, 얼마나 먹을지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선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먹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 행위이지만, 동시에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먹는 문제’를 대신 고민해 주는 역할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습니다.과거의 먹는 문제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집에서 먹는 음식은 가족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재료의 출처와 조리 방식도 어느 정도 눈에 보였습니다. 물론 부족함은 있었지만, 선택의 범위가 좁았던 만큼 고민의 깊이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선택지는 넘쳐나고, 정보는 많아졌지만, 오히려 무엇을 기준으로 먹어야..

감각과 기록 2025.10.06

음식이 ‘보여지는 대상’이 되면서 생겨난 역할

예전에는 음식이 맛있으면 충분했습니다. 잘 먹고, 배가 부르면 그 역할은 끝이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식은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니라, 보여지고 기억되는 대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속 한 접시, 화면에 담긴 장면 하나가 음식의 인상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이 변화 속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역할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이 일은 요리를 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서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놓을지, 어느 각도에서 보일지, 어떤 분위기 속에 둘지를 고민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음식을 ‘보이는 경험’으로 정리하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이 역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음식이 가진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맛은 여전..

감각과 기록 2025.10.05

왜 사람들은 ‘와인을 대신 설명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가

와인은 늘 어렵게 느껴집니다. 병 하나를 앞에 두고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산지, 품종, 숙성 방식 같은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들이 지금의 내 취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와인 자체보다도, 와인을 대신 설명해 줄 누군가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이 현상은 단순히 와인이 복잡해서만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복잡한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술, 금융, 여행, 음식까지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그런데 유독 와인 앞에서는 설명을 필요로 합니다. 그 이유를 곱씹어보면, 와인이 가진 특성보다는 사람의 선택 방식에 더 가까운 답이 보입니다.와인은 경험을 전제로 한 대상입니다. 한 ..

감각과 기록 2025.10.05

바리스타 자격이 ‘한 번쯤 고민되는 선택’이 되는 이유

바리스타라는 단어는 자격증을 넘어 하나의 이미지처럼 다가옵니다.커피를 다루는 사람, 감각적인 공간, 일상의 여유 같은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래서 진로를 고민하거나 새로운 관심사를 찾는 과정에서, 바리스타 자격이 한 번쯤 선택지로 떠오르곤 합니다.이 자격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커피가 우리의 일상과 아주 가깝기 때문입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휴식과 대화, 루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런 친숙함은 바리스타 자격을 부담 없이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로 만듭니다.하지만 바리스타 자격은 단순한 취미와는 조금 다른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더라도, 자격이라는 형태를 선택하는 순간부터는 기준과 역할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감각과 기록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