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선택 46

색을 다룬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선택에 책임을 지는 일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색을 마주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는 방의 색, 거리의 간판, 옷장 앞에서 고르는 옷의 색까지. 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색을 선택했는지보다, 그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는 한참 뒤에야 자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색은 늘 곁에 있지만, 그 영향은 조용히 작용합니다.컬러리스트라는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떠오릅니다. 색을 예쁘게 조합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색이 만들어내는 인식과 반응을 이해하려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색을 쓰느냐에 따라 넓어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물건도 색이 바뀌면 전혀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컬러리스트는 이런 변화를 감각이 아닌 의도와 맥락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삶과 선택 2025.10.27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작이 모든 결과를 좌우한다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버섯은 이미 완성된 모습입니다. 모양도 일정하고, 크기도 비슷하며, 포장된 상태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습니다. 특히 버섯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종균의 단계는 일반적으로 거의 주목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출발이 전체 결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균사는 씨앗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입니다. 균사는 자라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주 작은 조건 변화에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종균의 단계는 단순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이후 모든 성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점에 가깝습니다. 이 시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과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버섯종균을 ..

삶과 선택 2025.10.17

폐기물처리기사 시험을 준비하며 꼭 알게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

폐기물처리기사 시험을 처음 고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막연함이 먼저 앞섰습니다. 환경 관련 자격증이라는 점에서는 의미 있어 보였지만, 실제로 어떤 공부를 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내가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이 자격증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알게 되는 현실은, 생각보다 화려한 시험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폐기물처리기사라는 이름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 달리, 공부 내용은 매우 현실적이고 차분합니다. 폐기물의 종류, 처리 방식, 관리 기준 등은 모두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이 시험은 단기간에 요령으로 끝내기보다는,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공부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범위입니다. 다뤄야..

삶과 선택 2025.10.16

문제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드러나도록 돕는 역할

청소년기의 마음은 쉽게 정의되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감정이 바뀌고,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갑자기 화가 나고, 별일 아닌 일에 깊이 상처받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감정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며, 말보다 행동이나 침묵으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래서 청소년의 문제를 바라볼 때,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 뒤에는 설명되지 않은 감정과 상황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상담이라는 영역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보다는, 마음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과정에 가깝습니다.청소년 상담사는 누군가를 바르게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삶과 선택 2025.10.14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바꾼 것들

기술의 변화는 종종 눈에 잘 띄지 않는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완전히 바뀌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변화는 아주 조용히 진행됩니다. 3D프린팅 역시 그런 기술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특정 분야의 실험적인 도구로 여겨졌지만, 어느새 “만들 수 있다”는 감각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3D프린팅의 가장 큰 변화는 속도나 정밀함이 아니라, 만드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공장, 설비, 대량 생산이라는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까지는 긴 거리와 높은 장벽이 존재했죠. 하지만 3D프린팅은 이 과정을 단순화했습니다. 설계와 출력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생각을 바로 형태로 옮길 수 있다’는 가..

삶과 선택 2025.10.13

회복은 누군가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게 돕는 과정이다.

몸이 아프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통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전처럼 움직이지 못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감각이 함께 따라옵니다. 이때 사람들은 단순히 아픔을 없애고 싶어 하기보다는,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를 걱정하게 됩니다.물리치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물리치료는 병을 진단하거나 처방하는 행위라기보다, 몸이 회복되는 시간을 함께 지나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한 번에 낫기를 기대하지 않고, 조금씩 움직임을 되찾아가는 흐름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물리치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속도보다 방향이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물리치료사라는 역할은 몸을 고쳐주는 전문가라기보다, 몸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옆에서 조..

삶과 선택 2025.10.09

사진이 기술을 넘어 ‘감정의 기록’이 되기까지

사진은 한때 특별한 사람들만의 영역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이 필요했고, 필름과 현상이라는 과정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주머니 속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입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장면은 즉시 기록되고, 결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진은 일상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이 담아내는 감정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사진을 바라보는 기준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선명한지, 얼마나 정확한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찍었는지보다 왜 그 장면을 찍었는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듭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은 사진이라도 찍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이 남습니다. 이 지점에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감정이..

삶과 선택 2025.10.08

말보다 먼저 반응하는 마음을 다루는 방식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굳어 있고,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몸은 긴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감정이 깊어질수록, 말은 오히려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이 지점에서 음악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말보다 먼저 반응하고, 설명보다 먼저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음악은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매개체입니다. 가사를 몰라도, 이론을 알지 못해도, 소리는 곧바로 감정에 닿습니다. 그래서 음악은 누군가의 마음을 ‘고쳐주는 도구’라기보다, 마음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돕는 환경에 가깝습니다. 음악심리상담이라는 영역은 바로 이 환경을 다루는 역할에서 출발합니다.음악심리상담사는 음악을 잘 연주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람의 반응을 세심하게 관..

삶과 선택 2025.10.08

몸을 고친다는 말 대신, 회복을 돕는 역할이 필요해진 이유

우리는 오랫동안 몸에 문제가 생기면 “고친다”는 표현을 사용해 왔습니다.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듯, 아픈 몸도 원래 상태로 되돌리면 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 표현은 간결하고 직관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기계처럼 단순히 부품을 교체한다고 해서 이전과 똑같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몸을 고친다”는 말 대신, “회복을 돕는다”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이 변화는 단순한 말의 선택이 아니라, 몸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고친다는 말에는 명확한 전제가 담겨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분명하고, 해결 방법도 존재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몸의 문제는 ..

삶과 선택 2025.10.08

아이들의 ‘표현 과정’을 지켜보는 역할

아이들은 말보다 그림으로 먼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는 말로 설명하기보다 색과 선, 형태로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그림은 결과물이라기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기록에 가깝습니다.아동미술지도사는 이 과정 곁에 머무는 역할로 인식됩니다. 잘 그렸는지, 예쁜지보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위치에 가깝습니다. 아이의 손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어떤 색을 반복해서 고르는지, 그 흐름 자체가 하나의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이 역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이들의 표현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제와 오늘의 그림이 다르고, 같은 주제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아동미술지도사는 이런 변화를 정답으로 판단하기보..

삶과 선택 2025.10.07